"우리나라 인구 중 3분의 1은 간암의 원인이 되는 지방간을 갖고 있습니다. JD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GM-60106'은 지방간 치료제의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에 도전합니다."
김하일 JD바이오사이언스 창업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질병 전 단계로 여겨지는 지방간만 잡아도 간의 섬유화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까지 최적의 지방간 치료제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의 국내산 혁신 신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간은 간세포 속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를 말하는데, 대부분 간 질환은 지방간에서 시작된다. JD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질환의 시작점인 지방간을 표적으로 한다.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HTR2A'를 억제한다. HTR2A는 간 내 지방 축적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JD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시험인 전임상에서 신약 후보 물질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최대 70%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상 임상은 호주에서 건강한 성인 총 8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창업자는 "1상 임상은 GM-60106의 안전성·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매우 성공적"이라며 "1상 임상을 오는 3월에 마무리하고 이후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월까지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MASH 치료제 '레스메티롬(Resmetirom)'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레스메티롬은 세계 최초 MASH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창업자는 "레스메티롬은 간에서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약물이지, 간 섬유화에는 직접 작용이 없다"며 "GM-60106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시키는 예방 효과뿐 아니라 간 섬유화에도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강점이 있어 다른 경쟁 약물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GM-60106은 시험에서 간 섬유화를 70%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전 역시 차별화된다. 레스메티롬은 몸 전체에서 지방의 대사를 촉진하는 게 주 기전이고, GM-60106은 간세포에서의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혈액과 뇌 장벽 투과도가 최소화되도록 설계해 뇌에 영향을 주지 않아 자살 충동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적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창업자는 사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KAIST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또한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생화학을 전공한 의사과학자로 연구에 매진해왔다. 안진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와 협업을 이어온 것이 자연스레 2017년 JD바이오사이언스 공동 창업으로 이어졌다. 김 창업자는 "안 교수와 함께 도출한 결과물의 다음을 생각하다 보니 창업으로 이어졌다"며 "의사과학자들의 성과는 이렇듯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서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를 개발한 김두섭 박사도 창업에 함께했다.
JD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목표는 기술수출과 임상 2상 돌입이다. JD바이오사이언스 측은 "기술수출을 위해 미국의 한 회사와 협상 중"이라면서 "미국 임상 2상을 함께 수행할 글로벌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임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지방간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2년 325억달러(약 43조436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